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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는 아이들... 우리의 미래는 어떤 색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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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6-0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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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학기 초에 써서 내야 했던 가정환경조사서와 자신에 대한 소개 글에는 현재와는 다른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들이 낱낱이 까발려지곤 했었다.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의 여부와 집에 있는 가전제품(TV, 냉장고, 세탁기, 비디오 등등)에 체크를 해야 했고, 부모의 직업과 학력 자가용의 유무까지... 지금 생각하면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은 개인정보를 적어 냈던 과거의 시스템이 존재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가정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한 다양한 폐해들도 있었음을 기억한다. 지금과는 달리 촌지가 공공연하게 있었고,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의 책상과 교탁 위엔 각종 선물들이 쌓여 있었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내가 살던 집에서도 스승의 날이면 으레 여자 선생님의 경우엔 스타킹 두세 켤레가 포장된 포장 뭉치가, 남자 선생님의 경우엔 양말 두세 켤레가 포장된 포장 뭉치가 있어서 등교할 때 가방에 넣어 가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와중에도 정말 아주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여자 선생님이 내가 올려놓은 포장지를 흔들면서 "이거 집에 가져가서 너의 엄마 신으라고 해. 그리고 여기 스타킹이나 양말, 손수건 가져온 애들은 다들 집에 갖고 가라."라고 아주 차갑게 쏘아붙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모멸감은 사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게 난다. 나와 여러 명의 파트너들은 선생님의 지시대로 각자가 올려놓은 스타킹과 양말과 손수건을 포장한 것들을 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학교 쓰레기장에 그 스타킹을 던져 버렸다. 때마침 쓰레기장에선 많은 것들이 불타고 있었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좋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그때 스타킹을 던지면서 생각했었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저 선생님보다는 좋은 사람이 돼야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저 선생님이 정말 행복하지 않게 살길 바란다.'라고 운동장을 걸어 나오면서 수없이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누군가 물으면 우리는 허무맹랑하게도 다양한 꿈들을 말했다. 한 친구는 부자가 될 거야. 어떤 친구는 대통령이 되어서 내 마음대로 살 거야. 기타 등등의 직업과 꿈을 이야기했었다. 나는 행복하지 않은 집이 너무 싫어서 늘 말했다. "빨강 머리 앤처럼 마릴라아주머니나 매튜 아저씨 같은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입양되고 싶어."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서 공부를 해서 새로운 피라미드를 발굴할 거야." "셜록 홈스처럼 탐정이 되어서 추리로 범인을 잡을 거야." 모두 허무맹랑한 나의 꿈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아무것도 이뤄진 것 없는 그저 한여름 밤의 꿈같은 꿈이다. 그럼에도 그런 꿈을 꾸면서 차가운 현실과 더 차가운 시선을 견디며 꾸역꾸역 하루를 살았다. 최근 몇 년간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청소년 내담자들은 나의 과거의 학창 시절보다 윤택하다.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나보다는 훨씬 잘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 없고, 바라는 직업도 없고, 희망도 없이 그저 자신의 불행에 우울을 덧붙이면서 살고 있다.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학교 선생님들의 체벌이나 촌지 요구는 거의 없어졌고, 오히려 선생님들이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는 시대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 내가 경험한 선생님들로 인해 지금의 젊은 선생님들이 민원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마치 지금의 사오십대가 과거의 체벌이나 불합리한 차별을 받은 경험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자녀가 그런 환경에 노출될까 싶은 노파심으로 더 민원을 과도하게 제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나는 가끔... 하곤 한다.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면서 세상을 살면 각자의 삶의 질이 바뀔지... 또는 삶이 업그레이드될지... 우선 부모가 자녀에게 먼저 해야 한다. 엄마 아빠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꼰대적인 발언을 제외하고... 사는 게 힘들지만... 현실이 힘겹지만... 세상에는 많은 다양한 직업이 있고, 우리나라 말고도 세상은 넓고 그보다 더 많은 삶의 다양함이 있어서 고민도 하고 노력도 하고 보물 찾기 하듯 자신의 꿈을 찾는 진행 방식이 성장하는 길이라고 알려 줘야 한다. 더불어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도 함께 말이다. 나는 고생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또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을 싫어한다. 청춘은 왜 아파야 하는가? 젊다고 고생은 왜 해야 하는가? 나는 청소년 내담자들에게 말한다. '아프지 말고 우리 행복하자.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덜 우울하길 바란다.'라고 그리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거짓말이다. 아프지 않아도 성숙해질 수 있다. 아프지 말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잘 얻은 에너지로 잘 자라고 성숙해지길 바란다. 청춘들이 잘 여물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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